대기업 3차 협력업체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인 메틸알코올을 과다 흡입해 3명이 실명 위기에 처한 사건이 지난달 벌어졌다. 갑자기 터진 사고가 아니라 일상적인 작업을 계속하다 당한 일이니 더 심각하다. 다른 업체에서도 더 많은 피해 노동자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산업안전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메틸알코올과 같은 독성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선 채용 때는 물론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하고, 보호복·보호마스크·환기시설 등의 안전조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수십명 규모인 사고 업체에선 아무런 주의조처나 안전설비가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감독도 없었다.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보건 관리에 구멍이 크게 나 있는 것이다.
사고 노동자들은 유해한 작업 환경에 무방비로 불법 파견됐다. 이들이 일한 휴대전화 금속부품 생산업체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유해 작업의 도급을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들 업체에선 일시적·간헐적 사유가 없는데도 상시적으로, 더구나 무허가 업체로부터 노동자들을 파견받아 유해 작업에 동원했다. 위험업무까지 ‘외주화’하면서 법 규정은 무시한 것이다. 지금도 이런데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안대로 파견이 사실상 전면 허용되면 위험은 더 넓고 크게 확산할 것이 뻔하다. 허술한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실효성 있게 보완하는 대책부터 서둘러 마련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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