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설명이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개성공단 임금 북핵 전용에 대해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진의가 잘못 알려져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자신의 주장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홍 장관이 이미 잘못을 시인한 발언을 되풀이 주장했다. 그렇다고 그럴듯한 증거를 내놓은 것도 아니다. 아무리 뒤죽박죽 갈팡질팡 정부라고 해도 이쯤 되면 거의 ‘막장’ 수준이다.
제대로 된 대통령이라면 이날 국회 연설에서 홍 장관의 말 뒤집기에 대해 사과하고, 이런 혼선이 빚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조처할 것인지 상세히 설명했어야 옳다. 그것이 국민과 국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특히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국민 단합과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무엇보다 이런 진솔한 자세가 선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엉뚱하게도 홍 장관이 사과한 내용을 다시 뒤집어 버렸다. 이렇게 우왕좌왕 말 바꾸기를 계속하면서 국민더러 정권을 믿고 따르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사실 개성공단 임금의 북핵 전용 증거가 없다는 홍 장관의 말은 개성공단 폐쇄의 명분이 없음을 정부 스스로 실토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그 정도 선에서 엎질러진 물이라도 다시 주워담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그리고 남북평화의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였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런 기회마저 박차고 억지 주장에 집착하고 있다.
이제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임금의 북핵개발 전용에 대한 증거를 직접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됐다. 어차피 홍 장관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실토한 상황이니 증거를 내놓을 사람은 박 대통령뿐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자금 전용을 파악했으면서도 이를 숨긴 이유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명을 해야 한다. 이 사안은 단순한 국내적 차원을 떠난다. 박 대통령은 다른 장소도 아닌 국회에서 전세계 사람들이 들리도록 큰 소리로 개성공단 임금 전용을 주장했다. 그래 놓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 공개나 합당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민 우롱을 넘어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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