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정에 관한 연설’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 초강경 대북정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내놓은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협의 등 무리한 조처를 합리화하면서, 이런 초강경 대응을 북한의 ‘실질적 변화’ 유도와 연결시켰다. 하지만 혼자서는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는데다 우리만 독주하고 있어 실효성은 낮고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로는)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핵 개발 중단에 초점을 두긴 했으나 준전시 상태에서나 얘기할 수 있는 북한 체제 붕괴를 대북정책 목표로 설정한 것은 냉전 시절을 연상시킨다. 그가 제시한 수단도 아주 제한적이다. 그는 ‘개성공단 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한·미·일 협력 등 국제공조 강화뿐이다. 사실 남북 사이 통로가 모두 끊긴 지금 관련국 협조 없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북 압박 수단은 사실상 없다. 박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도 계속 중시하겠다’고 했지만 두 나라와는 이미 사드 문제 등을 두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박 대통령이 무력을 통한 해법을 생각하고 있다면 더 위험하다. 실제로 다음달 초순 시작되는 사상 최대 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비롯해 대북 무력시위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북한이 이에 맞서 국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무력충돌은 긴장을 고조시켜 핵·미사일 문제 등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박 대통령이 이를 알면서도 막연한 북한붕괴론에 기대 초강경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면 너무 비현실적이다. 수시로 되풀이된 북한붕괴론은 실효성 있는 대북정책을 저해하고 사태를 악화시켜왔다.
핵·미사일 문제 악화 등을 막지 못한 것은 분명 대북정책의 실패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기존 정책을 모두 폐기하면서 아무런 반성도 없이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렸다. 이른바 ‘북풍 의혹’을 음모론이자 이적행위로 단정하고 무조건적인 내부 단결을 요구한 것도 앞뒤가 바뀐 태도다. 자신과 여권의 무책임한 대북 초강경 여론몰이에 입을 닫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그가 연설에서 핵·미사일 문제와 별 관련이 없는데다 독소조항이 여전한 여당의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야당을 압박한 것도 부적절하다.
북한 관련 문제를 풀려면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타협을 포함한 잘 조율된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진지한 협상 노력이 필수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핵·미사일 문제 및 한반도 정세 악화, 동북아 대결구조 강화 등 그 부작용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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