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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송곳’이 금지 드라마가 된 학교 현실

등록 2016-02-17 21:53수정 2016-02-17 21:58

서울 동국대부속고등학교가 지난해 말 수업 시간에 드라마 <송곳>을 참고자료로 상영한 사회교사에게 학교장 경고를 보낸 데 이어 이달 초 강제 전보까지 시킨 일을 두고 사회적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이는 한 학교의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 문제와 노동 교육에 관한 학교 현장의 비뚤어진 시선과 제도의 미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날로 확대되는 비정규직과 이들이 겪는 고통, 그리고 수많은 청년이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는 현실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송곳>은 이런 시대상을 실감 나게 표현함으로써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은 드라마다. 머지않은 미래에 엄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할 학생들에게 <송곳>을 소재로 우리 시대의 노동 문제를 생각해보도록 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회 수업이다.

그런데도 해당 교사에게 발송된 학교장 경고문에는 “비교육적이고 고1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노동 투쟁 관련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상영”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노동 교육을 적극 장려하는 선진국과 극명히 대비되는 후진적 인식이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시간에 ‘모의 단체교섭’을 벌이고,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에게 단체교섭의 전략과 전술을 가르친다. 상당수 학생이 미래에 어떤 형태든 피고용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데도 학교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면 학교가 사용자의 관점에서 편파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당연히 해야 할 교육을 했을 뿐인 교사에게 내려진 경고와 부당한 전보 조처는 철회돼야 한다.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노동 교육을 강화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중·고교 교과과정에 노동 인권 교육을 필수 교과과정으로 포함시키고 교육의 내용을 내실 있게 구성”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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