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파트너사들을 위한 ‘개성공단 패션 대바자회’를 19일부터 열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큰 피해를 본 기업들을 도와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응해 연 행사다. 황교안 총리가 21일 행사장을 찾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모범사례”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실제 파는 제품은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게 얼마 되지 않고, 개성공단 공동 브랜드는 아예 행사에 초청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행사였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롯데백화점은 25일까지 본점과 영등포점에서 여는 이번 행사에 개성공단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파트너사 34곳 가운데 14곳에서 30여개 브랜드가 참가한다고 밝혔다. 80억여원어치의 물품을 준비했고, 고액 구매자에게는 상품권을 주는 사은행사도 한다고 홍보했다. 행사 이름이 ‘개성공단 패션 바자회’인 만큼 개성공단 제품을 파는 것으로 받아들일 만했다. 그러나 매대에 진열한 상품 가운데 원산지가 개성인 제품은 열에 서넛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원청업체들도 개성공단보다 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더 많이 팔았다고 한다.
개성공단에서 재고품을 많이 갖고 오지 못한 기업들이 다른 곳에서 만든 재고라도 많이 팔아 자금을 확보하게 도와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개성공단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여성복 5개 브랜드도 이번 행사에 참여시켰다. 그러면서도 공단 입주 기업들이 개성에서 생산하는 공동 브랜드 ‘시스브로’나, 개성공단 제품을 한데 모아 파는 개성공단상회 쪽에는 행사 참여 제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피해가 크고, 판로가 없어 막막한 곳은 외면한 꼴이다.
갑작스러운 공단 철수로 입주 기업들은 지금 앞날이 아득하다.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일부 기업은 존립을 걱정할 정도다. 물론 롯데백화점이 상품 대금을 평소보다 20일 앞당겨 지급하기로 하고, 행사 마진을 최대 20%포인트 인하한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피해 기업들에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자 했다면, 그에 걸맞게 행사를 잘 준비해야 했다. 파트너사가 아니라고 외면당한 기업에 상처를 남겼고, 피해 기업을 돕자는 마음으로 행사장을 찾은 고객들에게도 혼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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