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으로 발행한 초등학교 6학년용 새 사회(역사)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이 많이 축소됐다고 한다. 2014년 실험본에 있었던 사진이 빠지고, ‘위안부’라는 용어도 삭제됐다.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젊은 여성들은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는 두루뭉술한 표현만 사용했다. 비록 지난해까지 사용된 교과서에도 위안부라는 용어와 사진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현 정부가 위안부 교육 강화를 위해 새 교과서 실험본에 관련 내용을 보강했던 취지가 무색해졌다. 아울러 정부가 그동안 열어오던 관련 학술·홍보 행사도 올해는 개최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지난해 한-일 정부가 맺은 12·28 합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못박은 굴욕적인 합의로 인해 올바른 역사 인식과 교육마저 위협받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시부터도 제기됐다. 후대에 교훈을 주고 역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오히려 관련 교육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합의에 담아야 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정부의 태도는 한-일 합의 자체에 비춰봐도 지나친 저자세다.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하면 그만이지 교과서 내용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합의 이후에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행태를 잇달아 보이고 있다. 합의 정신을 무시한 의도적인 역사 지우기 전략이다. 반면 우리는 안 차도 될 족쇄를 스스로 차고 끌려다니는 꼴이다.
위안부 관련 교육을 강조하다가 한순간 180도 방향을 트는 정부의 무원칙한 행보를 보며 내년에 중·고등학교에 도입될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다. 필자도 편찬기준도 알 수 없는 ‘깜깜이 집필’에다 친일·독재 미화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한데, 위안부 문제까지 축소·왜곡 서술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집권세력의 판단과 이해관계에 따라 이렇게 왔다 갔다 해서야 어디 역사 교육이라고 할 수나 있겠나. 정부의 역주행에 일침이라도 놓듯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 <귀향>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 바로 보기를 이런 민간의 노력에나 기대야 하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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