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437만3000원이라고 26일 발표했다. 2014년에 견줘 1.6% 늘어난 금액인데,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9년(1.2%) 이후 소득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그나마 기초연금 및 공적연금 수급자 확대 등 저소득 가구에 집중된 정부의 재정보조 덕에 이전소득이 9.4% 늘어났기에 망정이지, 이것마저 없었다면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을지도 모른다.
벌이가 시원찮다 보니 씀씀이는 훨씬 더 위축됐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소득 증가율에도 한참 못 미치는 0.5%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한 해 전보다도 오히려 0.2% 줄어들었다. 가계의 씀씀이만 놓고 본다면 금융위기 때보다도 상황이 더 나쁘다는 얘기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이 1.9%나 감소했다는 사실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비심리가 얼마나 차갑게 식어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점이다. 가계가 지출을 늘려야 기업들의 숨통도 트이고 투자와 일자리도 늘어나는 게 자연스런 과정일 터인데,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아예 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소득 증가율이 정체된 마당에 가계 빚만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섰다. 소비를 도저히 늘릴 수 없는 구조다. 우리 경제가 악순환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계소득을 늘릴 수 있는 좀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전체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는 추세가 나타난 지 이미 오래다. 정부가 ‘구조개혁’이란 이름 아래 밀어붙이는 여러 정책들은 결국 노동의 몫만 더욱 줄일 공산이 크다.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과 경기 회복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임기응변식 단기 소비촉진책이나 가계에 빚만 더 안기는 대출 확대 카드는 효과는커녕 우리 경제에 상처만 덧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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