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의 세 축이라 할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한 묶음으로 부진에 빠졌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동향’ 자료를 보면, 1월 중 산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1.2% 줄어들었다. 꼭 1년 전인 2015년 1월(-1.6%)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소비와 투자 역시 나란히 감소했다. 정부는 전반적인 산업활동 지표가 나빠진 원인으로 개별소비세 인하 중단 등 일시적 충격을 꼽았으나, 이는 뒤집어 말하면 우리 경제가 반짝 효과를 노린 깜짝 이벤트 등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만성병에 시달린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수출 역시 날개가 꺾인 지 이미 오래다. 한국 경제는 겉으로는 2월에도 47개월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드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은 더욱 힘든 상황을 맞게 됐다.
암울한 통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데도, 박근혜 정부 당국자들의 움직임은 굼뜨다 못해 아예 태평스럽다는 느낌마저 준다. 현재의 위기가 우리만의 일도 아닐뿐더러,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보니 뾰족한 묘수를 찾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장밋빛 수치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읊조리다 느닷없이 ‘4대 개혁’을 밀어붙이며 위기 탈피는커녕 생채기만 덧내는 쪽에 맞춰져 왔다.
정부가 경제위기의 유일한 해법인 양 입에 달고 사는 구조개혁론은 실제로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 일시적으로 수익성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공급자 패러다임’일 뿐이다. 각국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근본적인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총수요 확충을 위해 애쓰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위기의 뿌리에 눈감고 반짝 이벤트에만 몰두했던 전임 경제사령탑의 과욕도 문제거니와, 아무런 존재감조차 없이 기존 정책만 답습하는 현 경제사령탑의 안이함도 한심스럽다. 무지와 무책임의 극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잘못은 입으론 경제를 외치면서 정작 민생과는 무관한 이슈에 집착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고 ‘코리아 리스크’만 앞장서 키우는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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