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키리졸브훈련과 독수리연습이 7일부터 시작돼 4월 말까지 이어진다. 두 훈련이 이어지는 이맘때에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곤 했지만 올해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여서 정세가 더 불안하다. 이런 때일수록 남북 모두 자극적인 언행을 삼갈 필요가 있다. 한반도 정세 악화는 핵 문제 해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연일 ‘말폭탄’을 쏟아내는 것은 적반하장 격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적들에 대한 군사적 대응방식을 선제공격적인 방식으로 모두 전환시킬 것”이라며 “실전 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정부대변인 성명은 유엔 제재에 맞서 ‘무자비한 물리적 대응’ 등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북한은 선제공격용 전술무기인 신형 대구경 방사포 6발을 3일 동해 쪽으로 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한 성격이 강하지만 국제사회의 경계심을 높이고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다.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는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와 핵 추진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주요 전략무기가 모두 참가한다. 또 북한의 핵심 시설을 정밀타격하는 내용의 ‘작전계획 5015’가 처음 시행되고,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하는 ‘4D 작전’도 적용된다. 이런 훈련은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게 분명하다. 전시에 대비한 훈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실을 키우면 될 일이지 보란 듯이 떠들썩하게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출현이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 관련 사안에 군사력 강화로 대응하려는 군사주의적 사고가 최근 강해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흐름이다. 군사력 대치가 심해질수록 실제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커지고 한반도 관련 사안을 풀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든다.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를 강화해 우리나라가 설 자리도 좁아지게 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만 할 일이 아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붕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북한은 관영언론들뿐만 아니라 김정은 제1위원장까지 나서 박 대통령을 비난한다. 의도적으로 정세 악화를 꾀하는 게 아니라면 남북 모두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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