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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어이없다 못해 참담한 대통령의 경제 인식

등록 2016-03-07 19:55수정 2016-03-07 20:11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자신이 직접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판단의 근거로 “수출은 1월보다 감소폭이 줄어들었고 소비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면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고용도 청년층 고용률 증가와 함께 전체 취업자 수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날 발언에서 엿보이는 박 대통령의 경제 상황 인식은 너무 안이할뿐더러 도대체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어려움을 이해하고나 있는지 심히 걱정스러울 정도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잿빛 통계수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활동의 핵심 축이라 할 생산과 소비, 투자는 물론이려니와 수출과 고용 등 어느 것 하나 긍정적 신호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가계소득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다 보니 사람들은 도무지 소비지출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 이미 1200조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는 소비 여력을 짓누르고 있다. 반짝 효과를 노린 단기 처방으로는 현재의 침체 국면에서 단기간에 벗어나기 힘든 구조란 뜻이다. “앞으로 자동차 개별소비세 연장, 재정 조기 집행 등의 정책효과가 본격화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판단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고용 시장의 어려움이 점차 풀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일 뿐이다. 고용률과 실업률 등 겉으로 드러난 고용지표들이 다소 개선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그간 청년들을 비롯해 구직활동을 중단하거나 포기했던 사람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열악한 일자리라도 찾아나선 데 따른 결과로, 전반적인 고용의 질은 외려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구조개혁의 명분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 비상사태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정작 엄중한 경제 비상사태라면서도 경제 부처 장관들을 줄줄이 사퇴시켜 총선 출마로 내몰더니, 이제 와서 느닷없이 ‘경제상황이 긍정적이다’ 식의 자화자찬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각국 정부는 익숙한 전통적 처방을 과감히 팽개치고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낡아빠진 구조개혁 레퍼토리나 읊조리는 것도 모자라, 경기 판단마저 제멋대로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어찌 신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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