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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이버 사찰법’까지 밀어붙이려는가

등록 2016-03-08 19:43수정 2016-03-08 23:26

새누리당이 8일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 등에 관한 법률’(사이버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사이버테러가 발생하면 사회 혼란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이버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자 곧바로 ‘지시 사항 이행’에 들어간 것이다. 때맞추어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최근 정부 주요 인사 수십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했다는 등의 ‘믿거나 말거나 식’ 발표를 해서 ‘바람 잡기’에 나섰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성은 테러방지법을 능가한다. 이 법은 국정원에 포털·메신저 등 민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을 일상적으로 지휘하고 인력 및 장비 파견을 요청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다. 국정원은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해 사이버 범죄에 대한 정책 수립과 집행권한도 갖는다. 또 ‘취약점 보고 의무’ 조항이라는 것도 있어서, 국정원은 사이버테러 정보와 정보통신망·소프트웨어의 취약점 등의 정보를 보고받게 된다. 국정원에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주면서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단은 전혀 없는 것이 이 법의 문제점이다.

이런 독소조항이 즐비한 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정보통신망에 대한 총체적이고 상시적인 감시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구로 등장하게 된다. 사이버테러 방지를 핑계로 포털, 통신사, 은행, 언론사 등을 훤히 들여다보고 약점을 잡을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정보통신망의 안전 도모를 구실로 국정원이 법원의 제어를 받지 않고 광범위한 민간 사찰을 자행해도 통제할 방법이 없다. 테러방지법 통과만으로도 인권 보호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통과되면 우리 국민은 한순간도 국정원이라는 ‘빅 브러더’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사이버테러 방지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 현행 법률과 규율 체계만으로도 얼마든지 사이버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견해다. 새누리당은 직권상정 운운하고 있으나 지금이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정의화 의장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한 것은 그런 점에서 너무 당연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정원을 더 큰 ‘괴물’로 만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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