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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나진-하산 프로젝트’마저 무산시킨 대북 제재

등록 2016-03-08 19:45수정 2016-03-08 20:23

정부가 8일 금융·해운 제재를 뼈대로 하는 독자 대북 제재 조처를 발표했다. 이 제재로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현 정부 대북 정책의 한 축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종말을 고하게 됐다. 이 제재는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협력이 필요한 러시아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우리의 운신 폭을 좁히는 것이어서 적절하지 않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석탄 등 러시아 화물을 연해주 하산에서 철도로 북한 나진항으로 옮긴 뒤 배에 실어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으로 나르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북-러 합작회사가 설립됐으며, 정부는 러시아 쪽 지분 절반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사업과 관련한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5·24 조처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음에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기항한 외국 선박이 180일 안에 국내에 입항하는 것을 금지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이 사업 참여는 사실상 무산됐다.

우리나라가 불참한다고 해서 이 사업이 모두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가 불만을 나타낼 가능성은 다분하다. 전반적인 한-러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북한 철도의 현대화를 구상하는 등 전략적 의미를 부여해왔다. 북한은 이 사업을 통해 수수료를 얻는 것뿐이어서 대북 제재 효과도 크지 않다.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이 사업까지 대북 제재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제 현 정부 임기 안에 의미있는 남북 경협이 재개될 가능성은 아주 낮아졌다.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관여한 북한 개인·단체에 대한 금융제재 등 이날 발표한 다른 제재도 상징적 조처에 그친다. 이미 5·24 조처 등으로 남북 사이 직간접적 접촉면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이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까지 포기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대북 정책은 모두 무너졌다. 게다가 7일부터 시작된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싸고 남북 당국은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기에 앞서 이 이상의 긴장 고조부터 막아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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