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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 믿고 나대는 ‘친박’ 윤상현의 막장 행태

등록 2016-03-09 20:11수정 2016-03-09 20:19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의 ‘욕설 녹취록’ 파문을 계기로 새누리당 공천 갈등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원내 제1당의 공천 작업을 이렇게 혼탁하게 진행하면서 어떻게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을지 참으로 한심하다. 녹취록을 보면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아무리 취중이라고는 하지만 일개 의원이 당원들의 투표로 뽑힌 당 대표를 겨냥해 “김무성 죽여 버려. 당에서 그런 ××부터 먼저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 버려”라는 식의 막말을 퍼부은 건 충격적이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친박의 위세가 얼마나 드센지, 당 대표를 비롯한 공식 기구는 얼마나 허수아비가 되어 있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윤상현 의원은 사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누님’이라 부를 정도로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의원이 당 대표를 얕보고 ‘공천 탈락’까지 안하무인으로 거론하는 배경이 무언지 익히 짐작해볼 수 있다. 마치 왕조시대에 여왕의 총애를 받는 측근들이 고관 대신들을 우습게 알고 모욕하는 막장 궁정드라마를 한 편 보는 듯하다. 국민과 당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대통령만 믿고 월권하며 당을 좌지우지하려는 ‘친박’의 천박한 행태가 그와 다를 바 없다.

새누리당은 이번 욕설 녹취록 파문의 진상을 엄정하게 조사해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 윤 의원과 통화한 사람은 친박계 현역 의원이라고 한다. 윤 의원의 어투로 보면, 이 현역 의원은 공천 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으로 친박계가 청와대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당내 공천에 개입해왔는지도 이번 기회에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김무성 대표는 스스로 내건 공천 원칙을 허물며 청와대 및 친박계와의 싸움에서 매번 뒤로 물러나 왔다. 그런 나약한 모습이 집권여당 대표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행태만 정치적으로 비난할 게 아니라, 윤 의원과 같은 저질 국회의원을 먼저 공천에서 배제해야 마땅하다.

당에서 이런 행태가 벌어지는 데엔 청와대 책임이 크다. 청와대가 직접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을 챙기며 대통령 눈 밖에 난 인사들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려 하다 보니까 결국 이런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여당 공천에서 깨끗하게 손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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