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바둑 최고수 누른 인공지능 ‘알파고’ 충격

등록 2016-03-09 20:11수정 2016-03-09 20:19

인간과 기계의 두뇌 대결로 세계적인 관심을 끈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사이의 첫 대국이 9일 벌어져 알파고가 첫 승을 따냈다. 오는 15일까지 다섯 차례의 대국을 이어갈 예정이어서 첫 대국만으로 승패를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알파고가 최정상의 바둑 고수와 시종일관 팽팽한 수 싸움 끝에 예상 밖의 불계승을 거뒀다. 인공지능 기술의 놀라운 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우위를 위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97년 아이비엠의 ‘딥블루’가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2011년에는 이 회사가 개발한 컴퓨터 ‘왓슨’이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두 명의 인간 챔피언을 물리치고 우승을 거뒀다. 동아시아에서 수천년 역사를 지닌 바둑은 서양의 체스와 견줄 수 없을 만큼 수가 엄청나게 복잡해, 적어도 고수의 영역은 컴퓨터가 범접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국의 내용만 보면, 어느 쪽이 알파고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컴퓨터의 기량이 뛰어났다.

이제까지 통설은 컴퓨터가 계산과 기억은 뛰어나도 인간의 직관과 통찰력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뇌를 모델로 한 신경망 구조를 설계에 적용해 사람의 직관을 흉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무작정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심화 학습’을 통해 승률이 높은 착점을 예측한다. 사람이라면 평생 해도 못 할 분량의 공부를 몇 주 만에 마쳤다. 지난해 유럽 바둑챔피언을 꺾었을 때보다도 진화했다.

문제는 알파고를 낳은 인공지능 기술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이다. 구글은 바둑뿐 아니라 의료 등 다른 분야로 응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인 에릭 슈밋은 “이번 승부가 어떻게 나든, 이후 인류는 이 똑똑한 기술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산업적 혜택은 우리나라 같은 후발 주자가 아닌 소수의 세계 거대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고용 감소 등 사회적 부작용과 문화적 충격 등도 우리가 짊어져야 할 과제다. 물론 알파고의 지능은 바둑 두는 능력일 뿐 새로운 사고 능력을 갖춘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의 지능이 인간과 비슷해지려면 몇십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어쨌든 이번 대결은 인공지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