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통신자료가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오랫동안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되고 감시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원, 노조 활동가, 기자, 평범한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이 광범위하다. 2012년 787만건, 2013년 957만건, 2014년 1296만건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웬만한 사람의 통신자료는 이미 수사기관의 손아귀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더 무섭다. 통신제한조처(감청)나 압수수색의 경우는 법원의 영장이나 승인이 있어야 하고 기소 때 등 언젠가는 당사자에게 통지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이뤄지는 통신자료 제공에는 그런 외부 통제나 당사자 통지 장치가 아예 없다. 당사자가 까맣게 모르는 사이에 국가정보원이나 검찰·경찰이 통신서비스 가입자의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 통신자료를 받아온 것이다. 수사기관들은 이를 발판으로 직장이나 건강 상태 등 더욱 내밀한 개인정보까지 확보했을 터이다. 당사자들은 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직접 물어볼 수 있게 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야 이런 사실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 헌법의 영장주의를 허물고 당사자 통지도 무시한 이런 야만이 이렇게나 버젓이 벌어져 왔다니 기막힌 일이다.
무슨 이유로 감시하는지는 여전히 알기 어렵다.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알게 된 <한겨레> 기자들이 누가 무엇 때문에 개인정보를 수집했는지 백방으로 물어봤지만, 이리저리 책임만 넘길 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진짜 수사를 위한 것인지 사찰 목적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감시의 칼을 휘두르는 수사기관의 일탈을 방지하고 견제할 방도도 당연히 없다. 이런 상황이 바로 ‘빅 브러더’의 통제국가다. 국정원에 시민 감시의 전권을 쥐여준 테러방지법이 시행도 되기 이전부터 이미 무차별 감시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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