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좌에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투자한 뒤 수익에 대해 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14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연간 2000만원 한도로 1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 이 계좌는 수익 200만~250만원까지는 세금을 면제하고 초과분은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금융회사들이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수익률이 낮을 경우 금융회사에 내는 수수료 때문에 투자자에겐 별 이득이 없을 수도 있다. 금융회사들이 처음부터 이를 제대로 알려, 향후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지 않게 해야 한다.
종합자산관리계좌는 근로·사업 소득이 있는 사람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도입했다. 나이나 소득에 따른 가입 자격 제한을 없애, 금융업계에선 앞으로 5년간 50조원가량 돈이 이 계좌로 옮겨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금융회사들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건전한 수익률 경쟁을 벌인다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계좌를 유치하는 금융회사들이 수수료 수입은 쉽게 챙길 수 있는 반면, 가입자들은 자칫 별 이득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이 계좌에 1000만원을 투자해 매년 4% 수익을 낼 경우 수익금이 200만원이어서 15.4%인 30만8000원의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연간 수수료율이 자산의 0.62%를 넘는다면 세제혜택보다 수수료가 더 많게 된다. 계좌의 자산을 주가연계증권 같은 고위험 상품으로 운용하는 경우 수수료율이 높고 자칫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 중도 해지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가입자들에게 확실히 알려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고가의 경품을 내거는 등 ‘과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판촉전을 펼치고 있다. 시장 선점을 중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경쟁력은 금융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당장 계좌 유치를 늘리기 위해 불완전 판매를 했다가 신뢰를 잃으면 제도마저 안착에 실패할 수 있다. 얼마 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가 폭락하자 이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주가연계증권이 대규모 원금손실 위기에 처했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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