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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개혁 보수’ 축출로 ‘꼴통 보수’ 자인하려는가

등록 2016-03-15 20:51수정 2016-03-16 01:47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의 공천 배제(컷오프)에 대한 최종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5일 저녁 유 의원의 공천 여부 발표를 보류하면서 “내부 의견 통일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이날도 “새누리당 당헌에 어긋나는 대정부 질문을 했다”(박종희 사무2부총장), “당의 옷을 입고 엉뚱한 행동과 말로 민심을 호도했다”(홍문종 의원) 따위의 말로 공천 배제 분위기를 몰아갔다.

 친박 의원들이 유 의원 공천 배제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그의 ‘정체성’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잘 보여준다. 유 의원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건강한 보수’ ‘개혁 보수’ ‘유연한 보수’ 등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는 야당도 선뜻 나서지 못한 증세 문제를 공론화했고, 보수당의 금기라 할 재벌·대기업을 비판하면서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개혁보수의 아이콘’인 유 의원을 찍어내려는 것은 새누리당 스스로 ‘수구 보수’ 내지는 ‘꼴통 보수’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유 의원이 ‘문고리 권력’의 과도한 국정 개입 문제를 지적하며 “청와대 얼라들”이란 말을 한 것을 공천 배제의 근거로 대는 것은 친박계의 정신 상태가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지금 새누리당 친박계의 행태를 보면 ‘꼴통 보수’라는 말도 과분해 보인다. 이들이 유 의원을 기어코 찍어내려는 진짜 이유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는 저주를 퍼부었을 때부터 이들의 공천 작업 최종 목적지는 유 의원 축출이었다. 지금 친박계의 모습은 보스의 눈에서 벗어난 부하를 끝까지 쫓아가 숨통을 끊어놓는 뒷골목 조폭들이나 다를 바 없다. 잔인하고 냉혈하기 짝이 없는 보스, 그의 지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동대원들이 득실대는 ‘조폭 집단’이야말로 지금의 새누리당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인지도 모른다.

 유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파문으로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의 지엄한 가치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닌 일인 지배 국가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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