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등을 겨냥해 핵 위협 수준을 부쩍 높이고 있다. 북쪽으로선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결국 국제사회의 대북 경계심을 더 강화시킬 뿐이다. 북쪽은 이제라도 비핵화의 길을 선택해 국제사회와의 공존을 추구하길 바란다.
북쪽 관영언론이 15일 보도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자력으로 개발했다는 것으로, 며칠 전 주장한 핵탄두 소형화·다종화 기술과 결합할 경우 미국을 직접 공격할 역량을 갖추게 된다. 다른 하나는 ‘이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5차 핵실험에 대한 예고인 셈이다. 북쪽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버금가는 수준의 핵 기술을 확보한 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북쪽이 아직 핵탄두 소형화와 재진입체 기술 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쪽이 최근 핵 위협 수준을 높이는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반발과 내부 결속, 강화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핵 능력의 기정사실화 등이 그것이다. 북쪽이 연이어 발표한 핵 관련 내용 가운데는 믿기 어려운 게 적지 않지만 적어도 북쪽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쪽이 이런 태도를 고수하는 한 ‘위험한 나라’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은 더욱 커질 것이다. 각국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가 더 강화될 수도 있다. 이는 김정은 정권에게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북쪽의 핵 능력 강화 주장은 국제사회의 기존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북쪽이 오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면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제재와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가 강조하는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를 시도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는 대북 대응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유지·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만큼이나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정부는 대북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6자회담 재개로 향하는 동력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막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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