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가 한양도성 앞 다산성곽길을 이른바 ‘뜨는 거리’로 만들겠다며 수십가구가 살고 있는 땅을 강제수용해 복합시설(공영주차장과 문화시설)을 만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주차 수요나 주차장 설립 뒤의 주차난 해소 효과가 적다는 점 등이 <한겨레> 보도로 제기됐고, 서울시는 예정했던 예산지원을 보류했다. 이에 중구는 “성곽 옆길을 주거용으로만 쓰는 게 맞느냐”는 등의 또다른 관점을 제시한 글을 보내와 소개한다.
서울 중구 다산동 성곽길 주변은 620년 역사의 정취가 풍기는 동네다. 이 구간 성곽은 장충체육관 뒤편부터 다산팔각정까지 조성되어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서울시는 이 구간을 포함한 서울성곽 18㎞에 대해 내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 되면 전 구간 조망권이 확보되어 건너편 경관도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그런데 성곽길가 주민들은 이렇게 높은 성곽의 가치를 애써 외면하고 돌아앉아 있는 듯하다. 길가 땅을 환경에 걸맞지 않게 매우 낙후된 주거용 위주로 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좁은 도로의 노상주차와 불법주차는 긴급차량 통행과 안전한 주민통행을 위협하고 있다. 또 전주에 엉클어진 선들은 성곽의 경관을 차단하고 있다. 성곽길 위험 절벽 아랫동네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길들이 좁아 3년 전 주택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다 타버리는 등 안전이 취약하다. 주민들은 주차를 할 수 없어 차량을 구입하지 못하거나 멀리 세워놓고 다닌다. 예전 채석장으로 사용되던 절벽은 해빙기가 되면 낙석이 걱정되어 늘 불안하다. 한마디로 집을 새로 짓는다거나 젊은 세대들에게 임대하기도 어려운 낙후된 동네다.
이렇게 열악한 성곽길 동네를 문화유산에 걸맞게 역사문화가 흐르는 도시로 탄생시켜야 한다. 소방차나 승용차가 원할 때 진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성곽길과 절벽 아래 마을을 연결하는 공영주차장을 지형을 고려해 설치하는 것이 해법이다. 1석 5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먼저, 성곽길을 사람도 안전하고 차량 소통도 잘되도록 개선해 문화예술과 일자리 창출에 활력이 넘치도록 토대를 구축한다. 둘째, 주차장을 통해 절벽 아랫동네로 소방차 진입이 가능하여 화재 안전이 확보된다. 셋째, 위험 절개지를 주차장 건물로 지탱하면서 매립하게 되어 약 1500㎡의 안전하고 쾌적한 녹지 공간이 탄생한다. 넷째, 성곽길 마을에 문화예술이 흐르도록 주차장 상부 일부 공간에 거점 문화창업시설이 설치된다. 다섯째, 노약자 등이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높은 성곽길을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된다.
이 주차창 건립은 도로, 공원 등을 설치하는 것과 같이 지역주민을 위한 전형적인 공익사업이다. 이 사업은 관련 법규에 따라 토지 등이 수용되는 소유자에게 정당한 보상비 지급, 무주택자에 대한 장기전세주택 또는 임대주택 제공 등 적정한 보상이 보장된다. 그 과정에 대상 토지 등 소유자와 주민들에게 최대한 만족스럽게 보상이 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물론 대상 구역 내 총 79가구(10년 이상 거주한 가옥주 7가구 포함)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중구는 그분들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이 공영주차장은 지역주민 안전과 삶의 질 제고, 문화예술이 흐르는 성곽길 조성 등을 위한 새로운 터전이다. 하루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의견이 모아지기를 바란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