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13 총선 공천을 둘러싼 지도부의 균열과 낙천한 후보들의 집단 반발 등으로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김무성 대표는 17일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정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맞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회의 형식을 간담회로 바꿔 회의를 강행했다. 그동안 내연하던 친박-비박 간의 갈등이 ‘3·15 공천 대학살’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새누리당에 포연이 자욱하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정면충돌은 당이 이미 공당의 기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최소한의 질서나 규율도 없이 사생결단식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뒷골목 집단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당 대표도 이해하지 못하는 막장 공천 결과를 무작정 들이미는 친박계의 행태가 가장 문제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다가 뒤늦게 칼을 빼 든 김 대표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김 대표가 공관위 결정을 뒤집으리라고 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격”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천에서 배제된 진영 의원은 이날 “지난날의 저의 선택이 오늘 저에게 이처럼 쓰라린 보복을 안겨줬다”며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기초연금 문제로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것을 이유로 보복을 당했다는 이야기다. 다른 공천 탈락자들도 잇따라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을 준비하면서 정치판은 더욱 어지러워지고 있다. 자신들의 공천 배제가 애초부터 정해진 각본에 따른 것인 만큼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주호영 의원의 공천 배제 재의 요구를 곧바로 뭉개버리는 등 재심사의 절차와 형식마저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막말 논란으로 공천에서 떨어진 윤상현 의원 지역구에 추가 공모 절차를 서두르지 않는 대목에 이르면 더욱 말문이 막힌다. 후보자 등록일까지는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윤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남을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만약 새누리당이 후보자를 따로 내지 않아 윤 의원의 무소속 당선을 돕는다면 사기극도 이런 사기극이 없다.
새누리당에 이런 지진이 몰아닥쳤는데도 진원지라 할 박 대통령은 태연히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6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 점검을 구실로 부산을 방문했다. 대구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명목상의 이유는 경제 활동이지만 실제로는 이 지역에 출마한 ‘진박 후보’ 지원 활동이다. 박 대통령의 공천 개입과 선거운동을 비판하는 여론이 더욱 높아지는데도 박 대통령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선에서 자기 사람을 당선시키겠다는 생각뿐이다. 이러고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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