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현대자동차 울산하청지회의 찬반투표에서 ‘정규직 특별채용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이로써 11년을 끌어온 현대차의 ‘사내하청 논란’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합의안에는 올해 1200명, 내년 800명 등 모두 20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고, 기존 근속연수를 절반 이상 인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2018년부터 정규직 충원 사유가 발생할 땐 사내하청 노동자를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한다. 대신 노사 양쪽은 그간 진행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논란이 처음 불거진 건 2005년 3월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가 해고되면서다.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은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며, 2년 이상 사내하청으로 일한 경우는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업무 특성상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이 어렵고 현대차가 지시·관리·감독을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합의는 너무도 뒤늦은 감이 있으나,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경력 일부만 인정받는 ‘신규채용 방식’이라 완전한 정규직 전환으로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 특히 이번 합의문은 대법원 판결 시점 이전에 입사해 현재 직접생산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만 적용돼 600명가량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어렵사리 이룬 합의 정신을 최대한 살려 노사가 계속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논란이 11년이나 이어져온 데는 회사의 소극적 태도뿐 아니라, 불공정한 잣대를 들이댄 정부와 검찰의 책임도 크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2004년에 대부분의 공정이 불법파견이라 판정했음에도 10년이 넘도록 적극적인 시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검찰도 불법파견 행위를 고치지 않는 정몽구 회장 등 회사 간부와 사내하청업체 대표를 무더기로 불기소 처분해 비난을 샀다. 그사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현대차는 300일 가까운 송전철탑 농성 등 불필요한 갈등과 기업 이미지 훼손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턱없이 적은 임금에다 신분상 불이익마저 당하는 사내하청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난 11년은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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