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양대 지하철 공사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하기 위한 노사정 잠정합의안에 국내 처음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포함됐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현실화할 경우 노사관계와 기업경영 문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이사제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편화했으며 미국에서도 일부 도입됐다. 독일은 기업 규모에 따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절반까지 노동자 대표로 채우도록 법으로 정해놓았다. 이러한 노사공동결정제도가 기업의 이윤율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경영에서 노동을 철저히 배제하는 풍토가 여전히 강고하다. 일부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권익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극히 일부 사안에 대해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게 고작이다. 정부는 이 정도의 경영 참여조차 허용하면 안 된다는 태도다. 이렇게 노사가 단절되고 상호 배척하는 상황에서는 노사관계가 적대적 대립 양상을 벗어나기 힘들다.
반면 노동자 대표가 공식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 경영 관련 정보와 판단 근거 등을 공유하게 된다. 노사가 소통할 수 있는 넓은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노동자 쪽은 권한과 함께 경영의 주체라는 책임도 짊어지게 된다. 기업 발전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는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경영의 투명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노조 이기주의 강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노동이사제에 반대한다. 하지만 선진국들에서 이미 정착한 제도를 한 번 시행해보지도 않은 채 불분명한 근거를 들어 배척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은 태도다. 서울시 방침대로 지하철 통합 공사에서 시범 운영한 뒤 단점이 있다면 보완하면서 다른 기관·기업으로 확산시키는 방향이 옳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