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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88년 만의 미국-쿠바 정상회담과 북한

등록 2016-03-22 18:51수정 2016-03-22 18:51

오랫동안 적대해온 미국과 쿠바가 21일(현지시각) 무려 88년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표현대로 두 나라 사이가 열린 ‘새로운 날’이라고 할 만하다. 10개월이 채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안에 북-미 관계에도 새 빛이 들기를 기대한다.

이날 정상회담은 오바마 대통령의 포용외교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실용주의가 잘 어울린 결과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미국의 봉쇄 대상국 가운데 쿠바·미얀마·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거의 이뤄냈다. 이날도 그는 상대국에 문제가 있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격한 불관여 전략보다 관여 정책이 낫다’고 밝혔다. 혁명 1세대로서 2008년 권력을 승계한 라울 의장이 개혁과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것도 돋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쿠바 방문은 라울 의장의 개혁을 뒷받침하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두 나라 관계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핵심 현안인 미국의 금수조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문제가 해결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쿠바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도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 일정한 신뢰가 구축된 이상 이들 사안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쿠바는 민주화로 향하는 내부 동력을 키우고 미국은 적극적인 관계 개선 행보로 이를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기 바란다.

미-쿠바 관계 정상화 흐름은 최근 대결 기조가 더 강화된 북-미 관계와 대비된다. 물론 북한과 쿠바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다 개혁·개방의 추진력도 약하다. 오바마 정부도 북한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전략적 무시’라는 불관여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런 비정상 상태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한 변화’를 추구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내부 개혁과 국제사회와의 공존을 꾀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쿠바 방문은 냉전의 그림자를 걷어낸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중남미 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도 이를 지지한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어떻게 해체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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