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새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5.3%포인트나 급감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그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은 연평균 3.8%씩 증가했으나, 가계소득은 2.1%씩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헬조선’이란 말이 퍼진 우리나라의 분배 구조 악화, 풀릴 기미가 없는 내수 침체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를 활용해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과 비교해보면, 가계소득 비율의 감소 폭은 훨씬 크다. 73.4%에서 2014년 64.8%로 8.7%포인트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법인 기업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13.7%에서 21.0%로 7.3%포인트나 높아졌다.
가계소득 비율 감소는 우선 자영업자 소득 감소로 설명할 수 있다.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을 보여주는 가계 영업 잉여는 1995년 전체 가계소득의 22%를 차지했으나, 2014년에는 13%로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 많이 늘어난 자영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수익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아 일어난 현상이다.
자영업자가 줄고 임금노동자가 늘어났으나, 국내총생산에서 가계의 임금 소득(피용자 보수)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45.3%에서 44.5%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5년간 급격히 감소했고, 세계 금융위기 뒤인 2010년과 2011년에도 또 한 차례 뒷걸음질했다. 이는 이른바 구조조정이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임금 수준을 크게 떨어뜨리고, 이후 만들어진 일자리도 매우 질이 나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년간 가계소득 비율 감소 폭이 우리나라보다 큰 나라는 오스트리아뿐이다. 2014년 국내총생산에서 가계소득의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곳도 세 나라뿐이다. 세계 최고를 다투는 자살률과 노인빈곤율, 세계 최악의 고용 환경을 보여주는 비정규직 비율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임금 비용을 줄여 땜질하겠다는 경제운용 전략의 큰 줄기를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낡은 경제운용 전략이 낳을 또 다른 위기의 뇌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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