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재정교부금에서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국세와 교육세 부분을 분리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누리과정을 비롯해 초등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등 특정 예산 용도로만 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특별법 제정 추진은 현재 정부가 지방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강요하는 것이 법적 근거가 없음을 자인한 꼴이다. 정부는 그동안 유아교육법 시행령과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지방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요구해왔는데, 시행령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나 유아교육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별법은 이런 법적 논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으로, 무리한 예산 떠넘기기의 완결판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 완전 책임’을 공약으로 내걸고 누리과정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 놓고 어린이집 보육 지원료를 지방정부에 떠넘긴 것이 ‘보육대란’의 뿌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걱정한다면 정부가 이래서는 안 된다. 특별법으로 못박아 지방교육청에 예산을 확실히 떠넘기면 보육대란 사태는 일단락지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은 다른 사업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들은 그동안은 지방채를 발행하고 정부의 일부 보조를 받아 예산을 집행했으나,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합리적인 해법은 있다. 지방재정교부금 교부율을 1%포인트 올리거나, 담뱃세를 올리면서 담배소비세의 50%이던 지방교육세 배분 비율을 43.99%로 낮춘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면 된다. 부족분은 지방정부가 다른 예산을 아껴 마련하게 하면 된다. 특별법까지 꺼내든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정부와 생각이 다른 교육감들을 무릎 꿇리겠다는 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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