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결정과 통화량 조절 등 국가의 통화신용정책을 심의·의결하는 한국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금통위의 결정에 따라 각각의 경제주체 간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고 국민경제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통위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생명으로 한다.
금통위의 새 위원으로 28일 추천된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 금통위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이 든다. ‘친정부 성향 인사’ 일색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을 한은 총재,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의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중 한은·기재부·금융위·대한상의 추천 위원 4명의 임기가 4월20월 만료돼, 이들 기관이 이번에 새 후보들을 추천했다.
특히 4명의 후보 중 대한상의가 추천한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만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도 지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에도 참여했다. ‘친박’이라 할 수 있고, 이 때문에 2014년 자본시장연구원장에 선임됐을 때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금융위는 아예 자기 식구인 고승범 금융위 상임위원을 추천했다. 기재부와 한은이 추천한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국책연구기관 출신이다. 그동안 학자 출신이 다수를 차지해온 금통위의 색깔이 ‘중립’에서 ‘친정부’ 성향으로 크게 바뀌게 된 것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주요 국가들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고 ‘통화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이 29일 총선 공약으로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을 들고나왔다. 선거 공약으로 통화정책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은에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겠다는 뜻이다. 친정부 성향 위원 추천과 여당의 노골적인 통화정책 개입 탓에 금통위의 생명인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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