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간 박근혜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각) 미국·중국·일본 정상 등과 연쇄적으로 회담을 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강화된 대북 제재 이후 처음이어서 앞으로의 한반도·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주목된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고 동북아 평화를 촉진하는 밑거름이 돼야 할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를 진지하게 검토해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임기가 10개월 남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물러나기 전에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이 활동할 공간을 넓혀주지 않는다면 한·미·일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도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북한은 최근 한-미 군사훈련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에 맞서 핵·미사일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5월7일 시작되는 노동당 7차 대회를 전후해 추가 핵실험이 시도될 거라는 예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체제의 붕괴를 꾀하는 듯한 한·미·일의 대북 정책은 실효성도 없이 국지적 충돌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일차적 당사자인 우리가 중심을 잡고 정세 관리에 나서야 한다.
미·일과 중국의 대결 구도를 완화하는 것도 한반도 정세 안정에 못잖게 동북아 평화에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밀어붙이는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 강화 또한 대중국 포위망 구축이라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분명한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군사·안보 협력 강화를 내세우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발을 빼려는 한·일 정부의 반역사적 행태가 재확인되는 일도 있어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3년여 동안 북한 핵 문제는 훨씬 나빠지고 동북아 정세도 더 불안해졌다. 이번 연쇄 정상회담은 이런 흐름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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