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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언론자유 침탈 우려 큰 ‘기자 통신자료’ 수집

등록 2016-03-30 20:20수정 2016-03-30 20:56

국가정보원·검찰·경찰의 저인망식 개인 통신정보 수집 가운데서도 특히 걱정되는 것은 기자들이 집중 감시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5일까지 산하 조직을 대상으로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조사했더니, 조사 참여자들의 통신자료가 1인당 평균 2건씩 수사기관에 넘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의 경우 34명이 평균 2.2건씩 통신자료를 조회당했다. <한국일보>도 개인 통신자료가 넘겨진 소속 기자가 10여명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조회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거나 결과를 전달받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감시 대상이 된 기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는 기자 개인의 인권 침해일 뿐 아니라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탈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경찰청에 통신자료가 넘어간 한국일보 사회부의 한 기자는 취재영역이던 노동 관련 기사 작성 과정에서 노조 관계자와 통화한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노조 관계자를 내사하다 통화한 기자까지 덩달아 조회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수법은 언론 보도에 대한 사찰에도 곧바로 적용될 수 있다. 언론과 접촉한 제보자를 확인하려 든다면 똑같은 경로로 취재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선 언론 자유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기자를 곧바로 겨냥한 흔적도 여럿 있다. <한겨레>의 편집인, 논설위원, 편집국 고위간부, 편집 담당 기자는 취재현장에 나갈 일도, 취재원과 접촉할 일도 딱히 없다. 그런 이들의 통신자료까지 제공됐다면 누군가를 수사·내사하는 과정에서 신원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기보다, 이들 자신이 바로 감시대상이 된 것 아니냐고 의심할 만하다. 실제로 이들 기자 중에는 2009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대상이었던 이도 있다. 민감한 사안이 터졌을 즈음에 해당 분야 담당 기자들의 통신자료가 제공된 데서도, 비판 언론에 대한 감시와 사찰을 위한 것이라는 강한 추정이 가능하다.

이런 사정이 뻔히 드러났는데도 그냥 둔다면 감시의 칼은 결국 언론 전체를 겨냥하고 기자 모두를 옥죌 것이다. 언론자유 침탈로 이어질 권력의 전횡을 묵인하거나, 혹은 정파적 이유로 철없이 편들 때가 아니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따지고, 힘을 모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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