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정부, 한국은행 간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놓고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판 양적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부정적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3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공식 공약인 만큼 행정부와 상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강 위원장이 소신을 가지고 말했을 것이며 당의 선거 공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유 부총리가 세제 전문가라서 이 분야(금융)는 맹탕”이라고까지 했다.
강 위원장은, 정치권이 한은에 통화정책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미국의 연준이나 유럽연합(EU), 일본의 중앙은행은 독립성이 없어서 양적완화를 하고 있느냐”고 강변했다. 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이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양적완화를 시행한 사실을 애써 무시한 발언이다.
재정정책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서로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양적완화와 함께 확장적 재정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강 위원장은 “재정 투자는 경제 활력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재정의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긴축 재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17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 이런 방침이 담겨 있다.
이번 총선의 이슈가 경제로 모이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 관련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야당 쪽의 ‘경제 실정 심판론’을 방어해야 하는 새누리당으로서는 표심을 잡을 경제 공약이 절실한 처지다. 이런 점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는 국민의 눈길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정부와도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를 볼 때 급조된 공약이라는 인상이 짙다.
경제 공약은 발표만으로도 바로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충분히 숙성시킨 뒤 내놔야 한다. 불쑥 내놓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는 정치적으로 무책임할 뿐 아니라, 큰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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