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공식적으로 응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30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새누리당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응원한다”며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으로 새정치를 실현해 내시기를 기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선거에서 경쟁 상대인 다른 정당의 대표를 공식 응원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새누리당의 안 대표 응원 메시지는 그 자체가 이번 총선 구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누리당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야권연대이며,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야권 후보 난립에 따른 어부지리임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안 대표가 야권연대 거부 방침을 계속 지켜주기만 하면 자신들의 총선 승리가 떼 놓은 당상이라고 여기고 있음도 드러났다.
사실 새누리당이 안 대표를 응원하고 나선 것은 엄밀히 말해 ‘이적행위’라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이 공천한 이준석 후보가 서울 노원병에서 안 후보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당 차원에서 안 대표에게 격려·응원의 박수를 보냈으니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그만큼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이야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상황은 더욱 분명해진다.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경우 새누리당 후보들이 전체적으로 앞서 있지만 대부분 야권 후보 난립에 힘입어 박빙의 우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당 후보들은 거의 당선권 밖에 있으면서도 야권 지지층 표를 분산시키는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만약 국민의당 후보들이 마음을 바꿔 후보 단일화 쪽으로 기울면 새누리당이 받을 타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안 대표 응원 메시지로 총선 구도가 더욱 명확히 드러났는데도 안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안 대표는 31일 “국민의당 후보들이 더 확장성이 있다”며 지지율이 훨씬 처지는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더불어민주당 쪽이 양보하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어차피 밑질 것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떼쓰기 정치, 억지 부리기 정치의 전형이다. 새누리당이 바라는 모습 그대로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새누리당은 안 대표에게 응원 메시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큼지막한 화환을 걸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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