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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직 대통령 아들들의 자금세탁 의혹

등록 2016-04-04 20:47

역외탈세와 자금세탁을 도와주는 것으로 유명한 파나마 법률회사(로펌)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회피처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만드는 것은 대개 과세당국과 금융감독기구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다. 재벌기업한테서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거액을 추징당한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그런 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한 것만으로도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도 2004년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2013년 드러난 바 있다. ‘전두환 비자금’이 세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재국씨는 아버지가 계속 내지 않고 버텼던 추징금을 자신이 완납하겠다고 밝혔다. 노재헌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도 전재국씨가 설립한 것과 거의 구조가 비슷하다. 2012년 5월 원아시아 인터내셔널 등 1달러짜리 주식 1주만 발행한 서류상 회사들을 설립했다.

노재헌씨는 “개인사업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이혼 등 사정으로 회사를 이용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간접 경로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시기나, 홍콩 거주지 주소를 사용한 점 등을 보면 미심쩍은 대목이 많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법원에서 선고한 추징금을 내다가 납부를 중단하고 있었고, 노재헌씨는 부인이 홍콩 법원에 낸 이혼소송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재산 공개 명령을 받았다. 그는 1년 뒤 서류상 회사들을 다른 사람에게 모두 넘겼는데, 이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작업을 한 <뉴스타파>가 조세회피처 한국인 명단을 공개한 직후였다.

조세회피처 자료 분석 결과 노재헌씨 외에도 이름과 주소로 보아 한국인으로 판단되는 195명의 명단이 나왔다고 한다. 탈세 등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우선 국세청이 철저히 조사해 의혹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그동안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람들 명단이 여러 차례 공개됐으나 국세청의 대면조사가 일부에 그치고, 고발자 수도 적어 조사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4년 말 감사원은 국세청이 놓친 역외탈세 등 지능형 조세회피 사례를 파헤쳐 1226억원을 추징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이번에는 제대로 조사해 오명을 벗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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