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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테러 경계 강화 기간 중 뻥 뚫린 정부청사

등록 2016-04-06 19:02수정 2016-04-06 22:48

공무원시험 응시생이 한 달 동안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를 다섯번이나 드나들며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 속 기밀문서까지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전문 절도범이나 스파이도 아닌 평범한 취업준비생이, 그것도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테러경계 강화 기간에 저지른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이없고 의아한 점투성이다. 정해진 규정만으로 본다면 정부청사의 보안체계는 잘 갖춰진 편이다. 청사로 들어올 땐 한 차례 신분증을 이용해 현관문을 통과한 뒤, 1층에서 다시 신분증을 개찰구에 접촉해 모니터에 뜨는 신분증의 얼굴과 실제 얼굴을 대조하도록 돼 있다. 청사 내 사무실에는 비밀번호가 설정된 전자도어록이 장착돼 있다. 청사 안의 컴퓨터는 국가정보원 보안지침에 따라 부팅 때, 윈도 구동 때, 업무창을 열 때 등 3단계에 걸쳐 각기 다른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

이런 보안시스템은 이번 사건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운용이 허술했기 때문이겠다. 외부인의 청사 출입엔 까다롭지만, 훔친 공무원 신분증을 들이댄 이번 사건 용의자는 무방비로 통과시켰다. 평상시에도 두세명의 안전요원으로는 출입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대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잠가야 하는 사무실 문도 열어둔 채 퇴근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이사를 앞둔 어수선한 분위기의 인사혁신처가 바로 그런 경우였을 것이다. 용의자는 인터넷에서 구한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 비밀번호를 해제했다지만, 이 역시 정해진 보안지침을 따랐다면 쉽게 뚫리진 않았을 것이다. 해킹으로 뚫리는 보안체계라면 진작에 대책을 강구하는 게 마땅한 일이기도 하다.

아직 수사를 더 해봐야 한다지만, 의문은 꼬리를 잇는다. 용의자가 훔쳤다는 신분증에 대해선 분실신고라도 했을까, 분실신고된 신분증은 왜 효력이 정지되지 않았을까, 신분증을 훔쳤다는 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을까 등등 어느 것도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어느 경우에도 보안체계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이런 사건이 법과 제도가 부족해서 생긴 일은 아닐 것이다. 원칙과 매뉴얼을 허술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안이함이야말로 보안과 안보의 적이다. 전말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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