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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영실적 분칠을 강요하는 상장사들의 행패

등록 2016-04-08 21:25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7일 집단 성명을 냈다. 사상 처음이다. 상장사 하나투어가 회사 목표주가를 낮춰 잡은 기업분석 보고서를 낸 교보증권 분석가의 회사 방문을 막은 일을 비판했다. 이른바 ‘갑’의 지위를 내세운 하나투어의 행태는 전혀 상장사답지 못한 일이다. 리서치센터장들의 성명이 상장사들의 이런 잘못된 행태를 근절하고, 증권 분석가들이 눈치 보지 않고 보고서를 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증권 분석가는 기업의 실적 전망에 따라 해당 기업의 목표주가를 높여 잡거나 낮춰 잡는 게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목표주가를 낮추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해당 기업이 불리한 보고서를 내는 증권사에는 거래에서 불이익을 주는 일이 많은 탓이다. 실제 ‘주식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는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나 금융투자협회가 매도 의견 보고서의 비율을 증권사별로 공개하며 분석가가 소신대로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상장사가 그런 보고서에 드러내놓고 행패를 부린 것이 이번 성명의 배경이다. 지난해 6월 현대백화점은 자사의 면세점 특허 획득 가능성을 낮게 본 토러스투자증권에 보고서 삭제를 요구했다. 이달 초엔 에스케이증권이 씨제이헬로비전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가 반발이 거세자 삭제한 일이 있다.

증권 분석가들은 상장사나 증권사 경영진의 압력에서 독립해 투자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보고서에 이견이 있으면 상장사는 근거를 갖춰 오류를 지적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 갑의 지위를 이용해 증권사나 분석가를 몰아붙인다면,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분칠하는 보고서를 자주 내는 증권사나, 자사에 불리한 보고서를 낸다고 증권사에 갑질하는 상장사는 투자자들이 외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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