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오염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동성애는 인륜 파괴”라며 격전지의 상대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경기 용인정), 남인순(서울 송파병) 후보를 “동성애를 찬성했다”거나 “동성애 허용 군형법을 발의했다”고 연일 비난했다. 기독자유당은 ‘동성애·이슬람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부 야당 후보들도 보란 듯이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다.
다른 무엇을 따지기에 앞서, 김 대표의 비난은 악의적인 사실 왜곡이다. 표 후보는 2012년 일부 목사들이 미국 팝가수 레이디 가가를 ‘동성애 가수’라고 지목해 내한공연을 가로막은 것을 비판하면서 “극단적 생각과 이를 강요하는 태도는 잘못”이라는 글을 썼다. 어떻게 이런 글이 ‘동성애 찬성’이라는 것인가. 남 후보가 2013년 낸 군형법 개정안도 동성애 허용이 아니라, 표현만 수정했을 뿐 추행 처벌 규정은 그대로다. 그런데도 비열하게 앞뒤를 잘라 매도하고 선동했다.
동성애·이슬람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선거운동 수단이 된 것은 더 큰 문제다. 소수자 차별 금지는 민주주의의 상식이고 원칙이다. 우리 헌법도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 금지(헌법 제11조 제1항)를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선 동성애가 허용이나 배제, 정치적 찬반의 대상이 이미 아니다. 사회제도 차원에서 동성 간 결혼 허용 여부가 그나마 쟁점이었지만, 이것도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길을 열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평등한 보호와 존중을 강조하고 동성애 혐오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그런 상식과 정반대로 지금 한국에선 차별과 혐오가 버젓이 선거 구호로 등장했다. 엄연한 헌법 유린인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한 정당홍보여서 제재할 수 없다는 태도다. 공공연히 민주주의를 흠집 내는데도 이를 방치한다면 민주주의 파괴를 용인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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