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이후 언론들이 북한 관련 보도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 특히 종편은 물론 지상파까지 연일 탈북 사건을 소재로 한 보도를 내보내면서 해묵은 기사까지 재탕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정부여당의 총선용 북풍몰이에 장단을 맞추는 것과 다름없다. 공영방송에 퍼주는 국민 세금이 아까울 따름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연합뉴스>가 1시간 전쯤 보도한 ‘북한군 정찰총국 출신 대좌 지난해 망명’ 기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그런 사실이 있다”고 확인했다. <한겨레>의 취재 결과, 이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수백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는 관변매체인 연합뉴스가 첫 보도를 하고 청와대 지시로 정부 부처들이 이를 확인해준 과정을 되짚어보면 전형적인 북풍 언론플레이가 아닐 수 없다. 통일부도 지난해 있었던 아프리카 주재 북한 외교관 가족의 입국 관련 <동아일보> 보도를 사실이라며 언론에 확인해줬다.
그럼에도 <한국방송>(KBS)은 이날 저녁 ‘뉴스9’에서 북한 대좌 망명 사실을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흔들리는 북한 사회’ 등 모두 일곱 꼭지의 북한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문화방송>(MBC) 역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총선을 앞둔 여권발 ‘북풍’ 가능성에 대해선 아예 눈을 감아버렸으니 이들에게 공정방송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모양이다.
<한국방송>은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올해 1월1일부터 3월21일 사이 모두 521꼭지, 하루 평균 6.4꼭지나 되는 북한 관련 뉴스를 내보내 ‘북풍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음에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신문들 역시 여권발 북풍 뉴스를 여과 없이 대서특필하면서 오히려 “북풍 논란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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