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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힘을 잃기 시작한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

등록 2016-04-14 20:01

30년 넘도록 강고하게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지역주의의 벽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총선의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다.

수십년 동안 새누리당의 아성이었던 부산에선 18곳 가운데 5곳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고, 경남 16곳 가운데 4곳에서도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 6곳 가운데 2곳의 당선자는 진보진영 출신이다. 대구에선 중선거구제였던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정통 야당 소속 후보가 당선됐고, 야당 출신 무소속 후보도 승리했다. 야당의 텃밭이라는 전남과 전북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한 명씩 당선됐다. 30~40%대의 높은 득표율로 선전한 영남권 야당 후보도 여럿이다. 지역주의는 이제 더는 넘지 못할 철옹성이 아니다.

이런 변화는 일차적으로 후보들이 일군 것이다. 어려운 정치환경에서도 지역을 지키며 성실하게 유권자와 소통해온 후보들의 노력이 결국 지역주의에 큰 구멍을 낸 것이겠다. 유권자들은 그런 노력에 응답함으로써 지역주의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주의 정치에선 정치인들이 유권자들 대신 공천권자만 쳐다보고 지역 내 보스정치에 열중하게 된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공천파동 등 막가파식 행태를 서슴지 않았던 것도 무슨 짓을 하든 지역 유권자들이 표를 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더는 ‘주머니 속 공깃돌’이 아님을 보여줬다. 대신 정권에 대한 불만, 특정 정당에 대한 경고를 투표로써 표출했다. 지역 연고에 따른 ‘묻지마식 몰아주기 투표’ 대신, 책임을 묻는 ‘징벌적 투표’가 이렇게 본격화하면 지역주의 정치는 발붙이기 힘들어진다.

영남, 특히 부산·울산·경남에서 야당이 약진한 데는 이들 지역에서 확연해진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이 ‘우리가 남이가’ 따위 구호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무엇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먼저 생각한 것이겠다. 정책투표의 가능성을 드러낸 것으로 볼 만하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타파의 희망은 이로써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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