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주도해서 만들고 운영한 노조는 자주성과 독립성이 없어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1년 복수노조 허용 이후 회사가 ‘어용노조’를 설립해 기존 노조를 무력화하고 파괴하던 행태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법원이 인정한 사태의 진실은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하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유성기업은 기존 노조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파업이 진행 중이던 2011년,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의 조언을 받아 기업노조인 유성노조를 만들었다. 유성노조의 설립 총회, 노보 발간, 교육, 현판식 등 행사 하나하나는 창조컨설팅의 자문 문건과 전략회의에서 거론된 내용 그대로 진행됐다. 노조설립 신고서도 회사가 작성해줬다고 한다. 말 그대로 어용노조다. 회사는 창조컨설팅의 조언에 따라, 두 노조 조합원의 임금이나 징계에 큰 차이를 두는 수법으로 기존 노조의 조합원을 빼내 어용노조의 조합원을 늘리려 했다. 어용노조의 목적이 기존 노조 파괴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동조합법상 노조의 실질적 요건인 자주성과 독립성은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다.
이런 일은 유성기업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노조 상급단체를 바꾸도록 하거나 제2노조를 만드는 수법의 노조 파괴가 벌어진 사업장은 23곳에 이른다. 창조컨설팅이 관여한 곳도 여럿이다.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등 협력업체의 노조 파괴에 개입했다는 증거도 이미 많다. 목표치까지 제시하며 유성기업의 기존 노조 조합원을 빼내 올 것을 지시하는 현대차 임원의 이메일도 나왔고, 협력업체들과 현대차가 노조 대책을 논의한 문건 자료도 있다. 발레오만도, 대림자동차, 상신브레이크, 보쉬전장 등 노조 파괴가 벌어진 사업장 여러 곳이 현대차 협력업체이기도 하다. 불법의 의혹이 이 정도로 명백하면 어용노조 무효에 그칠 게 아니라 전면 재수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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