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으로선 처음으로 제2당으로 추락하는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민심을 철저히 거스른 결과다. 그런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선거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를 보면, 이게 민심의 무서움을 깨닫고 변화의 몸부림을 치는 정당의 모습인지 의문이 든다.
새누리당은 14일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원장엔 원유철 원내대표를 추대했다. 또 유승민·윤상현 등 탈당한 무소속 당선자 7명의 복당을 허용하기로 했다. 선거 참패 뒤 처음 열린 회의에서 고작 결정한 게 무소속을 끌어들여 몸집을 불리겠다는 거라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새누리당이 서둘러 무소속 영입에 나선 이유는 자명하다. 제1당이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게 국회 관례이니 하루라도 빨리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서려는 것이다. 그러나 원내 제1당을 교체한 건 민심의 준엄한 선택이다. 선거 끝나자마자 편법으로 결과를 뒤바꾸려는 건 민심을 또다시 거스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당 지도부는 선거기간 중 “탈당자 복당은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던 터이다. 이 말을 번복하려면 최소한 공천 잘못과 그런 공천을 한 지도부의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을 추진하면서 당 대표에게 막말을 퍼부은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까지 슬그머니 받아들이려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할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추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패 원인 중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세력이 너무 오만하고 방자하게 당을 좌지우지한 데 있다. 윤상현 의원의 막말 사건은 바로 그런 상징적 장면 중 하나다. 청와대에 순응하며 비박 의원들을 내치는 데 앞장선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국민에겐 ‘대통령의 시종’으로 기억된다. 그런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면 어떤 변화의 믿음을 국민에게 줄 수 있겠는가.
국민과 지지자들이 바라는 건, 대통령 치마폭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책임있는 여당의 모습일 것이다. 이런 노력은 하지 않고 단지 제1당이 되려는 욕심만 드러낸다면 새누리당 앞날에 희망은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