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이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를 폐지한 것은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지켜온 마지막 상징적 보루를 철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고도 한국방송이 ‘국민의 방송’이라고 자임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 인사이드>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유일하게 남은 매체 간 상호비평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프로의 폐지는 방송 공공성 실종 차원에서 심각하게 볼 문제다. 2003년 <미디어 포커스>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던 <미디어 인사이드>는 공영방송답게 제구실을 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후 <미디어 인사이드>는 매체비평의 잣대를 다른 신문·방송뿐만 아니라 자사의 보도에도 적용하는 자기성찰과 상호감시의 균형 잡힌 태도로 시청자의 신임을 얻었다. 이명박 정부 이래 방송 전반의 공공성 악화가 심해지는 중에도 지난 8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며 나름의 비판성과 공정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제 그 실낱같은 명맥마저 끊기게 됐다.
<미디어 인사이드> 폐지를 더욱 우려스러운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은 한국방송을 포함한 대다수 방송이 공공성과 공정성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한국 언론지형은 심각한 보수·수구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공영방송이 그 편향을 바로잡는 데 나서야 할 판에, 방송이 앞장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대 총선에서도 한국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들은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기는커녕 권력 추종적인 편파 보도로 일관해 시민사회의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방송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 자성과 감시의 기능을 해온 마지막 남은 프로그램마저 묻어버리겠다고 하니 공공성 따위는 팽개치고 끝까지 역주행해 보겠다는 것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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