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인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68개 나라 고위급 대표가 참석해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 서명식을 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우리나라 대표단을 비롯해 미국, 중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할 새 기후체제가 지난 연말 파리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된 뒤 그 후속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다. 파리협정은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가 지구촌 배출량의 55% 이상이 되면 발효된다.
윤 장관은 “국내적으로 필요한 비준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연내에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확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국회의 비준을 거치는 과정이 남았지만, 단순히 서명과 비준이라는 절차를 밟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파리협정은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다. 협정이 타결된 주요한 배경에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가 기후변화 위험에 앞서 시장에서 먼저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다. 세계의 금융, 기술, 시장은 이미 저탄소 경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점차 화석에너지를 제치고 주류 에너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재앙을 막고 미세먼지 등 환경개선을 위해서뿐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도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1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은 꼴찌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은 지난해 전력거래 금액 기준으로 비중이 40.6%에 이르렀고 석탄 의존도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선진국의 ‘탈석탄’ 흐름과는 정반대다.
국회는 파리협정을 비준하기 앞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이미 유엔에 제출한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의 37%를 감축한다는 계획이 적절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계를 지나치게 배려한 온실가스 감축률을 재조정하고 너무 싼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기후대응은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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