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29%로 추락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30%로 뚝 떨어졌다. 4·13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이 고스란히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이다. 충격적인 선거 결과와 지지율 추락의 의미는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변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정운영 방향과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않고 ‘마이웨이’만 외치고 있으니 이런 답답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한국갤럽이 22일 발표한 주례 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10%포인트나 급락했다. ‘지지율 29%’란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과 메르스 파문으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했을 때와 같은 수치로,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이전과 달리 이번엔 새누리당 지지율도 동반 추락했다. 정부여당 모두 국민의 강한 불신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에게 ‘변화’를 주문하는 건 일반 국민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원로들도 21일 한목소리로 “대통령부터 변해야 새누리당이 산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미동도 하질 않는다. 22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포퓰리즘 법안은 모두에게 부담이다. … 4대 구조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없이 뒷받침해 성과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을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여소야대로 변한 국회와 어떻게 협력할지는 말하지 않고 복지 입법을 ‘포퓰리즘’으로 몰아버리는 데선 ‘나는 틀리지 않는다’는 편협한 독선과 오만이 엿보인다. 바로 그런 박 대통령 태도가 총선 참패를 불러오고 지지율 추락을 가져왔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민주주의 체제의 지도자라면 이런 정도의 민심 이반엔 대대적인 국정 쇄신으로 응답하는 게 정상적일 것이다. 그래야 선거의 본뜻이 살아나고 여론조사를 하는 의미가 생긴다. 선거에서 지든 말든 여론이 악화하든 말든 내 갈 길을 가겠다고 하면 그건 무소불위의 왕정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민심을 역행한 군주들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역사가 잘 보여준다.
한때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을 사로잡는 데 탁월했던 이가 박 대통령이다. 민심과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나라와 국민이 살고 박 대통령 자신도 살 수 있다는 걸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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