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오후 동해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다. 1월초 4차 핵실험에 이어 5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시도는 집요하다. 지난 15일 처음으로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3월18일에는 그보다 사정거리가 짧은 노동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역시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번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도 최소 비행거리인 300㎞에 훨씬 못 미치는 30㎞ 정도만 날았다고 한다. 연이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 탄도미사일을 쏘는 목적은 무엇보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번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도 지난해 말 처음 발사한 것에 비해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핵실험과 짝을 이뤄 관련국에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심한 제재를 받으면서도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체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3월 중순 ‘이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이런 대결적인 자세를 보일수록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 거세지고 북한 체제의 불안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새로운 핵실험은 최악의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제재에만 기대지 말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이 연례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23일 발언이 주목된다. 한국과 미국은 이 말이 북한의 선전 공세나 억지에 불과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대화의 단초로 삼을 필요가 있다. 아무런 대화도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제재에 굴복해 비핵화에 나설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
올해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거의 일상화했다. 핵·미사일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열쇠는 북한 지도부의 결단에 있지만 그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우리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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