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를 공공연히 내건 기독교 정당 두 곳이 20대 총선에서 3%가 넘는 득표율을 올렸다. 당이 갈라지지 않았다면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을 보내는 일이 현실화할 뻔했다. 동성애와 이슬람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 기독교 정당이 활개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상식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23일치 <한겨레> 토요판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기독자유당 후원회장을 맡은 서울시내 대형교회 목사는 총선이 끝난 뒤 신도들 앞에서 “4년 후엔 3~4배로 커져서 원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독자유당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반기독교 악법 저지 1000만 기독교 서명운동’을 벌이며 위세를 키워가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극우 기독교의 정치세력화에 보수 개신교계가 조직적으로 힘을 실었다는 사실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개신교 주요 기관이 기독자유당을 지지하고 대형교회 목사들도 가세했다. 극우 기독교 운동은 이번 총선에 앞서서도 우리 사회의 전진을 가로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 2007년 이후 성별·장애·종교·지역·인종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됐으나 보수 기독교의 조직적 반대로 무산됐다.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한 ‘서울시민 인권선언’이 성소수자 차별 금지 내용이 빌미가 돼 좌초한 데도 보수 기독교의 반대운동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소수자 차별과 약자 혐오는 박애와 관용을 가르치는 기독교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부 기독교 세력의 이런 위험한 질주를 막으려면 기독교계 전체가 각성해 참다운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가는 자정운동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 인권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민주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특히 차별금지법을 하루빨리 제정해 반인권적 혐오세력이 발붙일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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