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설탕과의 전쟁’(제1차 당류저감 종합계획) 정책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제부처들의 반발로 애초 방침이 완화되면서 학교 현장에서의 커피 판매 금지 방침까지 구멍이 뚫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담배 혐오광고 위치 논란에 이어 다시 한 번 기업 논리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게 된다면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전국 1만1천여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커피자판기 설치 실태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애초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제3차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17년부터 학교 안에 커피자판기 설치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7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경제부처 등의 반발로 자판기는 설치하되 커피만 팔지 못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2009년부터 판매금지된 탄산음료가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정부는 2014년에도 학교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퇴출시키겠다고 공표했으나 법령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다.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시행령에 캔커피 등 커피음료를 ‘어린이 기호식품’에 포함시키지 않아 업자들이 법망을 피해 팔 수 있었다.
설령 정부 발표대로 관련 법령을 고친다 해도 처벌 규정이 터무니없이 약해 현장에서는 무시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학교에서 고카페인 제품 등을 팔더라도 과태료가 10만원밖에 되지 않아 과연 판매업자들이나 학교가 적극적인 판매금지에 나설지 불투명하다.
국민건강, 특히 자라나는 세대의 건강보다 식품업계 이익을 앞세울 수는 없다. 정부는 ‘설탕과의 전쟁’이란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기보다 실질적인 건강보호 방안을 꼼꼼히 챙기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