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들이 고구마 줄기 캐듯 의혹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는데도 일주일이 넘도록 “확인해줄 수 없다”는 실무자의 말만 되뇌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극우단체인 어버이연합의 ‘관제 데모’에 전경련이 그동안 지원한 뒷돈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2012년 2월부터 2014년 말까지 20차례에 걸쳐 5억여원을 지원했다. 전경련은 이미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경실련이 금융실명제법 위반, 조세 포탈,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를 했다. 이번 사안은 실정법 위반도 문제지만, 경제권력의 정치 개입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사실 2012년이면 ‘듣보잡’ 수준이었을 어버이연합을 전경련이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지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정원이나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요구를 받아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검은돈을 댔을 가능성이 크다.
전경련의 정경유착 역사는 멀리 독재정권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지난해에도 전경련은 ‘위장 계열사’라 할 수 있는 자유경제원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야당 의원들을 종북·좌파라고 매도하면서 사실상 낙선 운동을 벌였다.
전경련은 2013년 2월 재벌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기업경영헌장’을 발표했다. 당시 “국민과 함께하는 전경련으로 재탄생하겠다”며 경제민주화, 사회 통합, 정치적 중립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뒤에서는 경제민주화의 발목을 잡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편향적 정치 행태를 보여왔다.
전경련 회장단은 당장 회의를 열어 진상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응분의 책임도 져야 한다. 계속 ‘나 몰라라’ 하면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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