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이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정부가 27일 청년 고용대책을 내놨다. 박근혜 정부 들어 6번째다. 여러 방안이 제시됐는데, 그중 ‘청년 취업 내일 공제’가 가장 눈길을 끈다. 청년(만 15~34살)이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2년 동안 매달 12만5천원씩 모두 30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와 회사가 각각 600만원과 300만원을 지원해 1200만원 이상(이자 포함)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목돈 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일단 올해 1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뒤 규모를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대책은 기업이 아닌 청년에게 직접 지원금을 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대책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정부는 그동안 고용을 늘리는 조건으로 기업들에 세제·금융 혜택을 제공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었다. 정책의 초점을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에 맞췄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청년 활동비’나 성남시의 ‘청년 배당’과 성격이 유사하다.
또 이 대책은 청년 구직자들의 대기업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는 목표도 있다. 청년은 구직난을,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게 우리 고용시장의 현주소다.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불일치를 해소하지 않으면 청년 실업 문제를 풀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잘 잡았으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근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복지 격차를 줄여야 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에 비해 임금·복지 수준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502만원, 중소기업은 311만원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60% 수준밖에 안 된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고 한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평등 관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불공정행위를 일삼는데, 중소기업이 무슨 수로 임금·복지 수준을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겠는가. 대기업이 목표 이상의 이익을 냈을 때 이를 협력업체들과 나누는 ‘초과이익 공유제’를 도입해야 한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해야 한다.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20대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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