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은 총선 참패의 충격을 딛고 일어나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국민의례 직후 선거 참패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일제히 허리를 90도로 깍듯이 굽히는 모습도 연출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뒤이어 비공개로 열린 토론회는 총선 패배가 누구 탓인가를 둘러싼 친박 대 비박 간의 책임론 공방으로 얼룩졌다고 한다.
워크숍을 통해 다시금 확인된 것은 지금 새누리당에는 당의 구심점도, 사태를 수습해나갈 주도세력도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오직 책임을 떠넘기며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기 바쁘다. 새누리당은 이날 “계파와 정파에 매몰된 작은 정치를 극복하고 민심을 존중하는 ‘민심정치’를 펼쳐나가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나, 실제로는 계파와 정파에 오히려 더 매몰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새 출발의 첫 단추는 무엇보다 ‘막장 공천’을 주도하는 등 오만과 불통으로 일관해온 친박계의 자성·자숙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친박계는 변함이 없다. 토론회에서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비박계의 ‘최경환 책임론’에 맞서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고 ‘옥새 파동’을 벌인 김무성 대표에게 더 책임이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그는 정풍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혁신 모임’에 대해서도 “상처 난 당에 책임론을 이야기하며 총질이나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의 이런 태도는 20대 총선 결과 친박계 당선자가 비박계보다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있을 새누리당 권력구조 재편 과정에서 결코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인 셈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도 당내 다수세력으로서 힘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친박계는 판단하는 듯하다.
새누리당 워크숍이 열린 날,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내 친박 계파 문제에 대해 자신은 그런 계파를 만든 적도 없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 현실인식의 그늘 아래서 친박계는 여전히 오만과 독선의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친박계가 반성하지 않는데 비박계가 순순히 물러설 리도 만무하다. 결국 집권여당의 혼돈과 표류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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