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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소녀상 이견이 보여주는 ‘위안부합의’의 파탄

등록 2016-04-28 20:05수정 2016-04-28 22:33

‘12·28 위안부 합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역사 정의에 어긋나는 야합이라는 기본 성격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물론 그나마 한국과 일본 정부가 합의 내용을 이행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재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모순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관방 부장관이 27일 ‘(위안부 소녀상 철거 문제도) 합의의 세부적인 것의 하나로서 포함돼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 것은 합의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는 ‘(합의 이행이) 소녀상 철거하고 연계돼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선동’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발언과 정면으로 대립한다. 이 정도면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합의를 무효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빚어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합의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12·28 합의는 일본 총리의 애매모호한 사과와 함께 일본 쪽이 10억엔을 내 재단을 설립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일본의 역사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모호화한 것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진상규명, 공식적이고 명확한 사죄, 피해자에 대한 배상, 교과서 기술과 사회 교육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 일본 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기술은 더 후퇴했으며, 위안부 강제연행에 일본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일본 고위 인사의 발언이 잇따랐다. 피해 할머니들이 12·28 합의를 거부하고, 소녀상을 지켜야 한다는 나라 안팎의 여론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12·28 합의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야당들이 4·13 총선에서 크게 이긴 것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준다.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했다면 정부가 소녀상 강제 철거에 나섰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소녀상 철거 합의설은 선동’이라고 못박은 것도 강제 철거가 불가능하게 됐음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이제 국민의 뜻을 흔쾌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 쪽의 법적 책임을 분명하게 하는 내용으로 다시 협상에 나서는 것이 그것이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에 매달리는 주된 이유는 위안부 문제가 다시는 거론되지 않도록 하려는 데 있다. 하지만 일본이 자신의 책임을 국제사회 앞에 명료하게 인정하지 않는 한 위안부 문제는 끝날 수가 없다. 총선으로 민심의 소재가 확인된 지금이 재협상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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