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커지고 있다. 변호사 업계의 난맥상에서부터 검찰·경찰에 대한 전방위 로비, 부장판사와 법조 브로커의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형사 사법기구 전체가 ‘검은 거래’로 오염된 듯한 양상이다.
드러난 의혹 가운데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씨에 대한 수사 및 기소 과정이다. 정씨는 마카오 등에서 수백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내사 대상이 됐다가 2015년 초 무혐의 처분됐다. 도박 흔적이 역력한데도 경찰과 검찰이 카지노 관계자의 진술만으로 무혐의 처리했으니, 애초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된다. 이 과정에서 경찰 간부가 무마 대가로 화장품 대리점 등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 기소는 더 이상하다. 2015년 10월 재수사 끝에 정씨가 도박 혐의로 기소됐지만 정작 중요한 혐의는 빠졌다. 1심 판결문에는 “원정도박 단속을 피하기 위해 네이처리퍼블릭 등이 보유하는 자금을 이용해 도박빚 정산대금을 세탁했다”는 정씨의 범죄사실이 적시돼 있다. 검찰이 정씨의 횡령 의혹을 이미 확인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검찰은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도 아예 하지 않은 채 횡령 혐의를 빼버렸다. 단순도박은 유죄여도 집행유예 선고가 일반적이지만, 횡령은 그 액수가 50억~300억원이면 감경을 하더라도 2년6개월~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중한 범죄다. 이러니 검찰의 ‘봐주기’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봐줬는지도 짐작할 만하다. 정씨의 변호인단에는 특수수사로 잔뼈가 굵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 내 인맥이 여전히 두터운 사람들이니 ‘전관예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씨 사건에서 브로커 구실을 했다는 건설업자 이아무개씨가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학연으로 얽혀 친하게 어울렸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게 연결된 ‘검은 커넥션’이 돈의 힘으로 작동한 결과가 이번 사건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은 이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자체로도 전방위 법조로비 사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검사 출신 변호사와 현직 검찰의 짬짜미 의혹까지 밝혀내지 못하면 제 허물을 못 드러낸 ‘반쪽 수사’에 그치게 된다. 현재의 수사팀이 ‘전관’들과 가깝다는 의심을 받는 마당에선 더욱 그렇다.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면 특임검사나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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