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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주액 과대포장보다 내실이 중요한 이란 사업

등록 2016-05-03 19:10

박근혜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이란의 인프라·에너지 분야에서 371억달러(약 42조원)어치의 일감을 수주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정부가 2일 밝혔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에서 우리 기업들이 수익 나는 일감을 많이 따낼 수 있게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번 수주 금액 등에 대한 정부 발표는 투자 위험은 제쳐놓고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과대 포장하는 데만 치우쳐 있어, 투자가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정부는 이번에 인프라 및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양해각서와 가계약 체결 등을 통해 확보한 수주 가능 금액이 371억달러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고려하면 최대 456억달러까지 수주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돈은 실제 수주 금액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양해각서는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법적 구속력도 없다.

실제 수주가 가능하다고 해도 수익성과 투자 위험을 함께 고려해 괜찮은 것만 걸러야 하는 게 투자의 기본원칙이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250억달러 규모의 이란 금융 패키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이 참여를 희망하는 사업 중 괜찮은 사업을 골라 금융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돈으로 이란에서 사업한 뒤 나중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부 발표를 보면 250억달러 가운데 150억달러는 수출입은행이 부담할 몫이다. 잠재부실이 커서 정부가 무리를 해가며 한국은행에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국책은행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 단골로 나온 것이 자원외교 성과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도 않아 우리는 그 참혹한 결과를 맛보고 있다. 물론 이란 사업이 그와 판박이란 말은 아니다. 이란은 앞으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국외 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건설업체들에 가뭄에 단비 같은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고, 주변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불투명한 곳이기도 하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고,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고 사업에 참여한다는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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